‘다이하드1’은 브루스 윌리스의 인생 캐릭터 ‘존 맥클레인’을 탄생시킨 명작 액션 영화입니다. 대부분의 고전 액션 영화들이 뉴욕이나 워싱턴 등 동부를 배경으로 한 것과 달리, 이 영화는 로스앤젤레스(LA)라는 도시, 그리고 그 속의 허구 건물 ‘나카토미 플라자’를 중심 무대로 삼으며 색다른 느낌을 줍니다. 본 글에서는 왜 LA가 배경이 되었는지, 나카토미 빌딩이 주는 상징성, 그리고 헐리우드 영화 시스템 속에서 이 영화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심층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나카토미 빌딩, 왜 이곳이었나?
‘다이하드1’의 대부분은 하나의 고층 빌딩 안에서 진행됩니다. 바로 ‘나카토미 플라자’라는 허구의 일본계 기업 본사입니다. 실제 촬영지는 폭스 플라자(Fox Plaza)로, LA의 센추리 시티에 위치한 고층 건물입니다. 당시 1980년대 후반은 일본의 경제가 절정이던 시기로, 헐리우드 영화에서도 일본 기업이 미국 시장을 점령한다는 이미지가 자주 등장했습니다. 나카토미라는 이름도 일본 기업을 상징하는 설정이며, 이들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고급 사무실에서 파티를 벌이는 장면은 당시의 자본주의 문화를 잘 반영합니다. 빌딩 하나만으로 전개되는 이 제한된 공간은 오히려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닫힌 공간, 층별 이동, 환기통 탈출 등 물리적 제약을 극복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관객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이후 수많은 액션 영화와 드라마에 영향을 주었고, ‘원 로케이션 액션’이라는 장르의 교과서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액션의 도시가 되다
‘다이하드1’ 이전까지 헐리우드 액션 영화의 무대는 뉴욕이나 워싱턴 등 동부 도시가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서부의 대표 도시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삼았습니다. 이로 인해 영화는 도시적 긴장감보다도 이질적인 느낌과 고립된 감정을 더욱 극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LA의 따뜻한 겨울 밤, 인공적인 불빛, 그리고 고층 빌딩은 아이러니하게도 ‘크리스마스 영화’이면서도 긴장감을 더해줍니다. LA는 다양한 인종과 기업이 공존하는 도시입니다. 영화 속 나카토미 빌딩이 외국계 기업의 본사로 설정된 점은 당시 미국 내 글로벌 경제 흐름과도 연결됩니다. 동시에 LA 경찰과 연방기관(FBI)의 대응 방식은 미국 사회 내의 관료주의와 현장 대응력의 문제를 풍자하는 데도 일조합니다. 이처럼 ‘다이하드1’은 도시를 단순 배경이 아닌 이야기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활용하며, 이후 많은 영화들이 도시 자체의 캐릭터성을 강조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헐리우드 시스템이 만들어낸 기적
‘다이하드1’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시스템의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당시 브루스 윌리스는 TV 시트콤 배우로 인식되어 있었으며, 액션 영화 주연으로는 기대치가 낮았습니다. 하지만 철저한 헐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의 기획력과 마케팅 전략 덕분에 그는 단숨에 스타로 부상하게 됩니다. 또한 폭스사는 자사의 신축 건물인 폭스 플라자를 배경으로 활용함으로써 제작비 절감과 브랜드 홍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습니다. 이는 후에 다른 영화사들도 자사 부지를 적극 활용하는 선례가 되었고, 헐리우드의 자산 운용 방식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나아가, 제한된 장소와 실시간 진행에 가까운 스토리 구성은 이후 ‘속도감 있는 스릴러’의 표본이 되었으며, 이는 ‘24’, ‘미션임파서블’, ‘스피드’ 등 다양한 액션물의 포맷에 적용되었습니다. 헐리우드가 어떻게 하나의 작은 공간에서 대형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준 대표 사례로 평가됩니다.
‘다이하드1’은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라, 도시(LA), 건물(나카토미 플라자), 제작 시스템(헐리우드)의 조화를 통해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지금 다시 봐도 신선한 이유는 바로 이 배경의 힘 덕분입니다. 올해 크리스마스엔 다시 한 번, LA의 밤을 배경으로 한 이 전설적인 영화를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요?